이번 주말에는 여기서 책 읽을까? 신사동 카페 4곳
큐레이터 불광천왕수달
2024.06.04 19:42
독서와 친해지려면 일단 ‘뽄새’가 중요하다. 책 앞에선 각부터 잡아야 한다. 편안한 츄리닝복을 입고 편안한 침대에 드러누워 편안한 자세로 책을 펼쳤다간, 열 페이지도 채 넘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편안함을 벗어나 책을 읽어야 하는 명확한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 나른한 주말, 집에 굴러다니는 책 한 권을 챙겨 집을 나서자. 그리고 예쁜 카페를 찾아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치자. 우리의 목적은 독서가 아니다. 주말 아침부터 독서를 즐기는 이지적인 나의 모습에 취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뽄새’다.
‘뽄새’를 위해 책을 가까이 하다 보면, 가볍게 몇 페이지 읽다 보면, 그러다 완독까지 성공하다 보면, 어느새 ‘뽄새’는 ‘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로써 독서는 시작된다. 책 한 권 집어들고 찾아가기 좋은 카페 4곳을 소개한다.
1. 카페 연서
주택은 본래 사람이 편안하고 아늑하게 머물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입구에 개나리꽃이 핀 카페 연서는 2층 주택을 개조하여 카페로 만든 곳이다. 응암역 대로변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골목 안에 위치해 있을 뿐인데 여름에는 때때로 풀벌레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하다.
카페 내부는 옛날 가정집을 방문한 것처럼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확실히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어울리는 비주얼이다. 때마침 2층의 책장에는 사장님의 독서 취향이 반영된 듯한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 방과 방으로 나뉜 공간들은 각자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해 주니, 빈 손으로 왔더라도 책과 멀어질 일은 없는 곳이다.
2. 신사동 271
매장이 넓은 카페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언제든 찾아가도 앉을 자리가 있다는 것이 장점. 그만큼 사람들이 몰려 북적거린다는 것이 단점. 그러나 신사동 271에는 장점만 있다. 주택가 안쪽에 있는 카페치고는 제법 넓은 매장을 지녔음에도, 이곳을 필요로 하는 사람만 찾아오는 카페다.
자리마다 쿠션이 놓여 있고 의자 등받이 또한 푹신하여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다. 다른 손님과 우연히 겹치지 않는 이상 늘 앉던 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271라떼는 핑크 솔트와 바닐라 크림이 들어가 ‘단짠’ 맛을 낸다. 책의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무료해지더라도, 최소한 입이 심심해지진 않는 곳이다.
3. 그늘
‘골목 카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카페다. 종종 한 명뿐인 손님이 바 테이블에 앉아 사장님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보인다. 사장님께 부탁드리면 야외 테이블에 앉을 수도 있다. 짧은 지붕이 드리우는 ‘그늘’ 속에서 골목길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 ‘뽄새’가 난다.
종종 손님들이 몰릴 때가 있는데, 책의 한 챕터를 다 읽을 때쯤이면 어느새 한적해진다. 바로 옆에서 커피를 만드는 소리와 최소한의 볼륨으로 맞춰진 음악은 알맞은 백색소음으로 작용한다. 휘낭시에를 비롯한 디저트들의 유혹적인 냄새를 차마 거부할 수 없을 테니 마음의 양식을 채우기 앞서 육신의 양식을 채우기에도 좋다.
4. 프로즌빈
갤러리나 미술관에 온 것처럼 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고풍스러운 소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공간을 완성한 사장님의 안목이 범상치 않다. 2층까지 이어지는 매장은 테이블 사이의 간격도 여유로운 편이므로 다른 손님에게 방해 받을 일이 없다.
얼음을 잘게 갈아서 담아낸 커피는 크레마가 가득하다. 커피의 양은 크레마보다 두 배 정도 된다.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홀짝거려도 쉽게 바닥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조그마한 과자 하나가 서비스로 주어진다. 카운터에는 스콘과 케이크뿐만 아니라 캐러멜이나 초콜릿 등 자잘한 과자들도 판매하고 있으니 적당한 군것질을 곁들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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