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 전통주거리가 말한다 “마시고 죽는 게 전통이다”
큐레이터 포미
2024.07.22 15:14
우리 조상님들은 술을 어떻게 즐겼을까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지원이 쓴 『연암집燕巖集』에는 당대의 선비들이 어떻게 술을 즐겼는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주가 한 병 생기면 막걸리를 받아와 섞은 뒤 '혼돈주'라 부르면서 즐겨 마셨다."
"꼭지가 돌도록 크게 취하여 마구 토하고 머리가 짜개지며 위가 뒤집어지고 어찔어찔하여 거의 죽게 될 때까지 마셨다."
따라서 우리 조상님들의 전통에 따라 술을 즐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 일단 섞어 마신다.
둘,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마신다.
셋, 반복한다.
새절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한 거리, 응암동에 위치한 전통주거리는 이러한 조상님들의 전통을 충실하게 따를 수 있는 곳입니다.
1. 술만 섞냐? 안주도 섞어야 전통이다! - 알콜회관
#가성비좋은 #레트로 #실내포차 #심야식당 #유쾌
단순히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만으로 전통에 맞는 술자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태극 문양을 만들 듯이, 모든 술에는 어울리는 안주가 있어야 비로소 전통에 맞는 술상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알콜회관에서는 '소맥'에 어울리는 안주로서 반반탕을 내놓습니다. 한 잔의 술에 담긴 소주와 맥주, 그리고 하나의 냄비에 사이좋게 나눠담긴 오뎅탕과 국물닭발. 때마침 반반탕의 비주얼 또한 태극 무늬를 닮았으니 소맥과 반반탕의 조합은 여러분에게 밤새 달릴 수 있는 활력을 불어넣을 거랍니다.
2. 토닉워터와 소주도 전통주다 - 와산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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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들이 술에 술을 섞어 마신 이유는 술을 좀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술에 술을 섞는 형식에만 집착하면 그 참된 의미를 알 수 없죠.
추억 속 레트로 감성으로 무장한 와산상회는 베이컨두부김치, 돈까스김치나베, 트러플백순대처럼 국적과 형식을 넘나드는 퓨전 메뉴들을 선보이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소주와 복분자주를 기반으로 토닉워터, 사이다 등을 섞어 만드는 다양한 '전통'주 세트들이 더욱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어준답니다.
3. 진정한 선비들의 밤을 원하는가? - 연보라
#감성적인 #데이트 #전통주 #조용한 #지역주민이찾는
아무리 섞어 마시는 것이 조상님들의 예법이라고 한들, 너무나도 빨리 취해버려 정작 술의 맛을 즐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조상님들의 주도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간판도, 문짝도, 조명도, 연보랏빛이 아른거리는 술집 연보라에서는 술의 맛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이 시대의 풍류객들을 위해 다양한 전통주들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청주, 과실주, 증류주 등 다채로운 향과 맛의 술들과 함께 옛 선비들처럼 점잖은 밤을 즐겨 보세요.
4. 사시미의 중심에서 전통주를 외치다 - 사코
#주택가 #지역주민이찾는 #차분한 #친구와함께 #회식
‘전통'주 거리인데 이자카야가 웬말이냐고요? 사케와 산토리위스키가 어떻게 '전통주'냐고요? 이러한 선입견은 잠시 내려놓고 사코의 메뉴판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1993년에 출시된 '전통주' 한라산부터 시작하여, '전통' 도자기를 만드는 광주요에서 만드는 화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막걸리를 빚는 느린마을 브랜드의 느린마을증류주, 그리고 이름부터 '전통' 있는 독도소주까지. 겉모습만 이자카야일 뿐 메뉴판 속 주류들은 누가 봐도 한국이랍니다.
숙성회 한 점에 독도소주 한 모금을 곁들이며, 독도가 왜 우리 역사일 수밖에 없는지 친구들과 취중토론을 벌여 보세요.
5. 술 앞에선 쇄국정책 따위는 없다 - 게러지브로스
#모임장소 #술자리 #신나는 #힙한 #회식
주소는 은평구 응암동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이태원 감성이 가득한 게러지브로스. 서양식 펍답게 다트머신까지 갖춰놓은 게러지브로스에선 메뉴 또한 버팔로윙, 감바스, 카나페, 타코 등 서양식 안주들로 가득하죠. 그렇다면 어째서 이곳이 '전통주거리'에 포함되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이 소주에 막걸리를 섞어 '혼돈주'를 마셨던 것처럼, 서양인들에게도 오래전부터 술에 술을 섞어 '칵테일'을 마시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의 전통만 맛보지 말고 서양의 전통도 함께 맛보며 더욱 신나는 술자리를 즐겨 보세요.
6. 술 앞에선 국경 또한 없다 - 올로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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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은 전통적인 유교 학문만 공부했을까요? 실제 역사 속 선비들 중에는 외국의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것에도 열심이었던 선비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분들을 본받아 '전통주거리'에서 위스키를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위스키 바 올로로소는 900종 이상의 술과 미슐랭 출신의 셰프님께서 선보이는 요리, 여기에 감미로운 재즈 음악까지 곁들여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위스키가 낯설다고 해서 걸음을 꺼릴 필요는 없어요. 친절하신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자세한 설명과 추천을 통해 여러분을 '위스키인'으로 만들어드릴 테니까요.
7. 전통이란,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정한다 - 만봉이네 포장마차
#모임장소 #술자리 #신나는 #지역주민이찾는 #회식
애주가이자 주당인 당신은 고작 소주 한 병에 헤롱거리는 범부들이 감히 술을 논하는 작태를 용인할 수가 없습니다. 전통이라는 건 나약한 자들의 탁상공론이 아닌, 술자리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정한다는 걸 보여줄 차례입니다.
만봉이네 포장마차는 어디 가서 술로는 꿇리지 않는다는 애주가들을 위한 투기장입니다. 가성비뿐만 아니라 양과 맛까지 갖춘 안주들은 술값 걱정 없이 정면승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줄 겁니다.
그러니 꺾어 마실 생각 따윈 접어두십시오. 여기선 무조건 한 방에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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